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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이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를 태운 구급차를 길에 세워 놓고 교통위반 단속을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난폭 운전을 일삼는 일부 사설 구급차 단속을 위해 적법한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환자 가족은 생명을 담보로 한 무리한 단속이라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조은지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환자를 태우고 바쁘게 달리는 구급차를 경찰관이 막아 세웁니다.
행선지를 묻고, 환자의 정보가 빼곡한 의사 소견서까지 찍습니다.
[단속 경찰관 : 의사의 소견서 있나요, 혹시? (있어요!)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보여드릴게요.)]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서 민간 구급차가 신호를 위반했다며, 환자의 탑승 여부와 응급 상태를 경찰관이 직접 확인하는 모습입니다.
[양시훈 / 중앙응급환자 이송단 : 1초가 급한 상황이잖아요. 5분에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잡는 건 이해가 안 됩니다.]
당시 구급차에는 뇌졸중 2급의 환자가 심장에 물이 차 위급한 상태에서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병원으로 긴급 이송 중이었습니다.
환자 측은, 경찰과 길에서 실랑이하느라 약속된 진료 시간을 놓쳐 응급실에서 밤을 꼬박 보냈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천 모 씨 / 환자 보호자 : 사람 생명이 우선 아닙니까, 물론 단속도 철저히 해야죠. 환자를 보고 내가 재촉하고, 빨리 보내달라고 애원해도 서류 가져와라, 뭐 가져와라. 시간 다 보내버리고….]
민간 구급차 요원은 이런 식으로 최근에만 여섯 차례나 검문을 받았다며, 경찰관이 환자의 응급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양시훈 / 중앙응급환자 이송단 : (구급차) 뚜껑을 다 열고…. 환자분을 직접 응급인지 아닌지 판단하에 보내주겠다는 건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경찰은 적법한 절차였다고 해명합니다.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 : 신호위반을 하는데 진짜 안에 급한 응급환자가 탑승하고 있는지 그 부분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서….]
응급 환자 없이 교통 법규를 위반해 적발된 사설 구급차는 최근 3년간 9천 건에 육박하며, 해마다 크게 늘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설 구급차들의 불법 영업과 난폭운전이 거리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며 단속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부 '얌체 구급차'를 잡으려다, 이른바 생명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건 아닌지, 단속과 규제에 융통성이 필요하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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